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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조던필 감독 영화는 친절해서 좋다.. 요즘 기억력이나 문해력 많이 떨어져서 뭘 봐도 '어..?'하면서 뭔가 감각만 느끼고 정확히 내가 뭘 캐치했는지/해석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던필 감독은 막 그냥 직설적으로 똭똭 머리에 넣어줘서 너무 좋음.
놉 안 본 백인 없었으면 좋겠음. 진짜 영화계를 격하게 비판하고 도발하는데 이거 보고 안 부끄러울 헐리웃 인사가 있을련지 모르겠다. 제목이 무슨 뜻일까 기대 많이했는데, 작중에서 "최초의 활동사진(사실 최초의 영화라고 말할수는 없는데 그냥 최초의 어쩌구 이러면서 설명됨)을 찍은 감독은 누구누구 인데.. 거기에 나온 흑인 배우는 지금 기억되고 있나요? 놉!" 하면서 시작됨. 그리고 작중 다시는 놉이라는 대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영화의 주제와 형태 모두가 그 문장을 위한 것이라고 난 해석했다. 영화산업 내의 인종차별, 여성차별, 동물착취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영화였음.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차별을 결코 등한시하지 않는 것도 좋았음. 흑인 여성에 대한 교차성을 이렇게까지 잘(섬세하게?매끄럽게?) 그려낼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이게 비거니즘 영화인가? 사실 중반까지는 고민 많이 했는데(그리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는데) 마지막에 그가 죽는것을 보고 아니라고 결론지었음. 비거니즘 영화는 아님. 근데 동물착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은 맞음. << 요게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뭐냐면, 스티븐연의 아역 배우와 고디가 주먹인사를 하는 장면임. 동물에 의한 위험은 어떤 호러스럽고 '자연'적이고 재해적이고 운명적이고 뭐 그딴게 전혀 아닌.. 그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환기시키는 장면이었음. 연출 진짜 섬세하게 되었다고 생각함. 특히 해당 시트콤의 애비 역이 백인이고 항공과학자라는 점에서ㅋㅋㅋ 감독이 비판하고자 하는 바가 투명하게 드러났음.
그리고 주인공 팀에 백인이 합류하는거 보고 진짜 의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죽었음. 일관된 감독의 메시지 너무 웃기고 좋음. 그.. 약간.. 어스가 흑인이 백인을 죽이는 영화였다면, 놉은 동물이 인간을 죽이는 영화임. 그 메시지 자체가 어떤 동물해방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클리셰를 비틀고 여태껏의 착취를 성찰하는것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함. 물론 흑인이 백인을 죽인다<< 이건 엄청 참신한 공포영화인데, 동물이 인간을 죽인다<<이게 과연 공포영화로서 참신한가? 절대 그렇지는 않음.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 인간을 죽인다<< 이것만으로 어떤 동물의 소수자성을 성찰해냈다고 볼 수는 없음. 클리셰를 뒤튼 것도 아니고. 동물에 대한 착취와 동물의 주체성 그리고 피해자성이 섬세하게 연출되어야만 클리셰를 뒤틀었다고 할 수 있는데(왜냐면 기존의 동물이-인간을-죽이는-공포영화에서 동물은 주체성 없는 가해자이고 인간만이 피해자이기 때문임) 놉은 그것에 어느정도 성공한듯. 근데 완전히 성공했냐?하면 절대 아님 어쨌든 인간찬가(정확히는 세상을 살아내버린 소수자들에 대한 찬사)가 놉의 주제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물이 배제된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근데 뭐 이렇게까지 직절적으로 인종 퀴어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고발해낸 메이저 영화가 있었냐 하면 그것도 아닌것같아서.. 그리고 영화가 너무 내취향이고 일단 화면이 진짜 아름답고 예뻐서 도저히 안좋게 평가할 수가 없는 영화임 놉 진짜 걸작이라고 생각함.
말들 이름에 무슨 뜻이 있나?? 이거 유명했던 공포영화 제목의 일부분인가?? 생각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못찾았음. 좀 알게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