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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에버노트 기록

1. 2011년 11월 9일

 

끊임없이 돌고 도는 성벽은 결국 우리에게 그 무엇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느새 눈 앞에 와있는 이전의 돌뭉치는 강가를 따라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아. 다만 잊어버릴 수 없었던 것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수많은 별들을 보며 잠들었던 그 어느날 밤 하나의 별에 하나의 마음을 담을 때면 무척이나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푹 빠져 자신도 모르게 솜이불에 몸을 맡기는 것 같은 감촉. 그러한 마음을 피부는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그 모든 것은 그에게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녀는 드래곤에게서 도망쳤었다. 도망치는 것은 나쁜 게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그는 도망치는 소녀를 부정했었다. 그는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리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부탁이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말아달라고. 회귀한 그녀와 그의 마음이 바랐다.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른 조그마한 새끼 드래곤도 자신의 둥지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을 그는 써내려갔다. 아무것도 그에겐 의미있어보이지 않았다. 한심했다.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6월 중순, 태양이 가장 높게 떠있는 시간이었다.

 

 

"이 세상에는 인간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어. 그래, 물론 나는 지금 동물이나 식물의 존재를 얘기하는 게 아니야. 무언가 알 수 없고, 알려지지도 않았던 그런 환상의 생물들. 예를 들어 구미호라던가, 용이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지. 전래 동화에는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있었다는 소문도 있고 기록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한 번도 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그런 환상들. 발견될 수 없었던 그런 동물들이 있어. 그들은 실재했어. 다만 아무도 몰랐을 뿐이지. 생각해봐. 항상 그곳에 있지만 존재를 몰랐던 것들. 공기만 해도 그렇지 않아? 인간이 살았던 그 긴 시간 중에 인간이 공기의 존재를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그곳에 있었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그들은 살아갔어. 여러가지 전설을 남긴채. 숲 속에서 은밀하게 흔적을 숨기며 살아가는 존재들도 있었고, 인간 사이에 섞여 살기도 했었지.

용이라는 것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특별한 존재였어. 가장 신령스러운 동물로 일컬어졌으니 말이야. 중국에서도 황제를 용에 비유했고. 입에서 불을 내뿜고, 사슴의 뿔을 가지고 있으며, 뱀의 형상에 다리가 달렸다고 전해지는 그 동물 말이야. 사실 용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어. 그건 수많은 종류의 용들 중 극히 일부의 모습일 뿐이지. 용 중에서는 인간에 가깝게 생긴 것들도 있었고, 뱀에 가깝게 생긴 것들도 있었어. 오늘날의 제트기에 가깝게 생긴 종류도 있었지. 그런 것들 중에, 인간과 같은 형상을 한 부류의 용에 대한 특별한 전설이 있어. 구미호 전설과 비슷하게. 천사와 비슷한 형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들은 인간의 형태에 등에 날개가 달렸고, 그 부위를 투명한 비늘이 감싸고 있었대. 그리고 눈에는 영롱한 빛이 감돌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고. 그런 용들은 인간과의 잠자리가 가능했다고 하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장차 큰 인물이 되어 나라에 위기가 올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고 해. 홍길동의 친모가 용이었다는 기록도 비공식적인 문헌에 몇 기록되어 있고, 당시 이순신 장군의 아버지가 용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설도 있어. 물론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기록은 없지만,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전설이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그리고 중국의 고대 한문 소설에도 몇 드러나있지. 

아무튼, 그 용들은 매우 무감각하고 애정이 없었지. 평생토록 한 명의 여자만을 사랑했다는 얘기도 있어. 그런 용들이 진정으로 인간이 되는 시점은, 그 용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그 용의 존재를 완벽히 잊었을 때. 그 시점에 용은 인간으로 변한다고 전해져. 용에서 인간이 되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인간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얻는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용이 인간보다 더 성스러운, 그런 존재였으니까. 아무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런 시점에서 용은 인간이 되었어. 그리고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 아, 그리고 용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용보다는 인간에 가까웠다는 말이 있어. 아얘 인간. 음, 그래. 그 편이 좋겠다. 용이 아니라 완전한 인간이었던 거야. 

그리고 이런 전설에 관련된 슬픈 일화도 있는데. 말해줄까?"

거기까지 말하고 세아는 편안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샌가 그녀의 얘기에 빠져들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멍한 눈을 그녀에게 돌렸다. 

"옛날 어떤 용이었던 존재가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자도 그 용을 사랑했었대. 어느날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 거야. 그 여자는 아이를 지극정성을 다해 키웠었고, 용도 마찬가지로 아이를 사랑했었어. 여자는......"

 

갑자기 말을 멈춘 세아가 몽실거리는 눈빛으로 빤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보았다.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낭만적인 상황에 푹 빠진 상태에서 헤엄치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물고기로 뒤덮여있었다. 

 

"세상이 물고기."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히힛."

 

그녀의 웃음기 가득한 장난이 조심스레 내게 다가온다. 음악실에서의 담화는 언제나 즐거웠다.     

 

"어쨌든 뻔한 얘기잖아. 구미호 전설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구먼."

 

애써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얘기했다. 사실 재미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지금 그렇게 고조된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세아가 어떻게 반응할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민망하기도 하고.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런 그녀의 얘기에 귀기울이는 것으로 끝내야만 할 것 같았다. 이 순간이 무척이나 기쁘게 느껴지는 것 또한 그런 이유 중의 하나일까. 

 

"그래서 어떤 이유로 여자가 용을 잊게 되겠고, 용은 사람이 되었겠지. 기쁜 용은 그녀에게 가보았지만 그 여자가 용을 기억할 수 없었을 거야. 으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용을 잊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형상을 닮은 용이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었지? 그럼 외모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겠지. 여하튼 그렇게 해서 뭐 서로를 잊었고, 슬픈 용이 어떻게 희생을 한다던가 혹은 떠나서 죽어버린다던가. 그런 얘기 아니야? 그렇게 끝날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그런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살짝 쏘아 붙이는 말투로 얘기하다가 아차, 싶어서 말투를 바꿨다. 세아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면 안될텐데. 다행히 그녀는 이야기에 완전히 도취해서 내 말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듯했다. 그녀의 깊은 눈동자가 다시금 나를 삼킨다. 피아노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던 그녀는 살짝 뛰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세아가 빤히 올려다보았다. 

 

"몰라."

 

"응?"

 

"모른다니까. 이야기 결말."

 

 

 

2. 2011년 11월 14일

 

날개와 키스가 등장하는 소설을 그리고 싶다.  

 

 

 

3. 2011년 12월 3일

 

용과 소환사와 시간술사

무언가 나지막이 흐르는 밤, 따스한 불길을 삼키는 드래곤은 저 멀리 하늘을 연모했다. 그는 항상 외로웠다. 만들어진 세상, 아니 어쩌면 만들어진 것은 그 하나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한

 

 

 

4. 2012년 1월 22일

 

넣고싶은 것- 엄청난 능력. 판타지. 드래곤. 그렇지만 역시 무리겠지.

그저 드래곤을 쫓는 아이?

아니면 정원에서 드래곤을 봐도 좋을지도. 

드래곤이라는 허상을 쫓는 아이. 근데 그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란 주제와 다를게 없잖아. 

그저 다른 것을 쓰고 싶어.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을.

나 하나만 주체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슬픔. 외로움. 그런 속에서 웃어버리는 그런 소탈함. 

뭔가 하나 꿰뚫는 주제는 무엇일까. 내 가치관. 각각의 이상은 다르다는 그 자체.

그것은 이미 천평선에서 드러냈어.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다. 과거. 정했어. 확실히 정했어. 돔 공사 이전의 과거. 그게 좋을것같아. 완벽해. 

5부작으로 해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게 해야지. 일단 천평선이 첫번째. 

두번째가 NV. 세번째 네번째 무언가를 하고 앞에 하나를 끼여넣어야겠다.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는

네번째 이야기에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겠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 그렇다면 그 돔과 빠져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대립됨을 보여야겠다.

일단 천평선이 시작을 끌어냈으니까. 더 심화된 갈등. 심화된 대립. 

2편에서는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에는 외적갈등. 마지막에서 극대화 후 해소.

 

 

 

5. 2012년 1월 23일

 

개요-

어느 날 자각해보니 온 세상이 지평선까지 차도로 덮여있었다. 

돔이 건설되기 전 과거의 이야기, 왜 돔이 건설되었고 어떻게 돔이 건설되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돔을 건설한 것.

좋아, 소녀 할아버지의 이야기.

차도로 뒤덮인 도시, 수많은 동물들이 어느 순간 내려왔다. 

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것을 설계하는 할아버지.

돔을 건설하게 된다. 인간의 오염물이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그러나 좌절되고 인간들은 오염물질을 밖으로 버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배경 묘사에 집중하자.

소녀의 할아버지라는 것과 할아버지가 돔을 설계하는 과정이 밝혀지는 것은 맨 마지막에.

그렇게 되면 이것은 60년 전의 이야기.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소년. 마지막에 가서 짠! 하고 돔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거지. 

 

-

 

natural voice는 천평선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를 숨기는거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척 하다가 마지막에 소년이 만들고 설계하고 있었던 것이 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제서야 천평선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밝히는거지. 

 

-

 

 

조금 짧게 갈까? 아니면 길게? 아무튼 두번째 이야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눈물을마시는 새 느낌으로 가면 안돼. 절대로. 반드시 모던 보이즈 느낌으로 가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를 지향하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간은 어느 때인지 모르는데- 어떤 마을에 소년이 있었어. 

어느날 차도로 뒤덮여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어쩐일인지 볼 수 없는 동물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지. 

차도는 점점 넓어져서 지평선까지를 덮게되었어. 

무엇인가를 알게되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만든다.

친구가 찾아와 무엇인가를 알려줌. 여기서 상황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야겠네.

그러나 그럴 수 없다고 하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며- 무엇인가를 계속 만듦. 

결국 완성된 것은 돔. 

 

 

 

6. 2014년 7월 17일

 

 더이상 문장을 쓸 수 없었다. 이전과는 다른 이유로. 이유야 어쨌건 지금 문장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상하다. 이전과 같은 문체를 구사하더라도, 훨씬 더 유치해보인다. 작문 능력이 감퇴하였기 때문일까, 보다 눈이 넓어졌기 때문일까.

 도울은 그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인생의 역작이 될 것이라던, 감정통조림은 어디로 갔느냐고. 그러나 지금 그의 관심사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시나리오였다. 감정통조림은, 이야기가 섬세하게 짜여진만큼,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러고보니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선택과 우연으로 인한 마지막 선택. 영화 <예스맨>의 시나리오 구조이다. 그럴듯한 이야기. 감정통조림은 어떠한가. 마지막 선택은, 통조림을 태운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선택을 하게되는 계기는. 마지막 직전에 일어난 우연에 의해서일 뿐이다. 문제였다. 극 초반에 선택으로 인한 우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마지막에 도달해야 한다. 덴마에서의 돌주먹. 초반에 도울의 비참함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탓인가. 그는 고민한다. 언어의 정원도 마찬가지. 선택은 선택이고. 아무튼, 초반의 선택과 우연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일어난 상황을 서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선택과 우연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후크 역할을 해야한다. 하지만 변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도울은 살고있다.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 날에는, 이었던가. 각설하고. 선택. 우연. 만남. 필연. 필연은 살짝 논외로 하고. 도울만 계속해서 초점화자로 사는 것은 재미가 없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써볼까. 하지만 웬만한 능력 없이는 굉장히 재미없는 소설이 탄생할수도. 나쁜 예로는 역린, 주먹이운다. 좋은 예로는 유진과유진. 만나면 안돼. 같은 상황에서 시작해야한다. 끊임없이 접점을 만들어 이야기가 산개되는 것을 막아야한다. 하지만 단편이잖아. 40쪽 정도 예상하고 있는. 초점화자를 바꿀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연은 어떻게 만들어야하는거지.

 비가 온다.

 감정통조림을 천평선 세계관에 끼워넣는 것도 고려했지만 역시 아닌 듯하다. 감정통조림은 압축, 차별화 된 단편으로 존재하는 편이 나을듯. 부탁을 받는다. 왜 그런 변화된 결정을 내렸는지가 중요. 비가 온다. 통조림 박스가 젖는다. 옮겨달라는 부탁을 동료로부터 받는다. 귤의 병문안을 간다. 급한 수술, 긴급상황. 병실 문이 막혀있다. 주변 잘 챙기라는 귤의 편지. 박스를 옮겨주기로 선택한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끌고나갈까. 고민이다. 쓸 고, 답답할 민.

 결론부에서 상황을 해결할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결정적인 한 건이 있어야하는데.

 떠올랐다. 창고 열쇠. 동료로부터 창고 비밀번호를 건네받는다. 그렇게 하면 되겠지. 만나는 것은 새로운 사람. 결국 초반의 우연과 선택이 두 갈래로 갈라져 - 만남, 그리고 비밀번호 - 만남이라는 소재가 꼬리를 물고 우연과 선택의 거듭으로 이야기를 끌고나가고, 비밀번호라는 소재는 건너뛰어서 결론부에 착지하면 된다. 

 소녀. 폐기된 설정과 소재. 박스를 교체하고 나오는 길에 소녀를 만난다. 과거에 연관이 있었다. 라는 반전이나 설정을 넣으면 좋을텐데. 암시도 괜찮고. 누가 죽은 건지. 귤을 죽일까. 너무 뻔히 보이지 않을까. 게다가 귤의 죽음은 이미 이야기선상에 있다. 귤은 사실 원래 죽어있었고- 소녀가 있던 식장은 그 언니의 식장이었다- 라던가.

 잠시 쉬자.

 귀지먹는벌레.

 변희봉의 클리셰를 도입하자. 내가 원하는 유일성. 어떻게 넣어야 맞는 것일까. 소설가. 도울은 소설가를 꿈꿨었다. 감정은 이미 통조림에 중독된 상태. 도울만 느끼기에, 세상과 다름을 느끼는 것을 넣자. 아니다. 귤의 죽음으로 인한 소녀의 필요성 부각. 하지만 이건 너무 뻔하다. 뻔하고 뻔한 이야기이다. 뻔하다라는 것은 글자 모양새부터가 떨어지지 않는가. 어루만지다. 하늘. 글루미. 봐, 얼마나 예뻐.

 변희봉 분석. 자신과 세상의 괴리. 혼돈. 자신을 부정할때쯤 자신이 부정하던 대상이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그로써 독자는 현실이 화자의 착각이 아니라 진짜 무언가 일어난 것이라는 또 한 번의 혼돈을 겪게된다. 그래서 이걸 감정통조림에 어떻게 대입하냐고. 

 1안. 귤로부터 소설의 "감정"을 어떤 그가 귤이 죽자 소녀에게서 재능을 발견.. 어폐. 게다가 귤의 죽음과 방황 사이의 텀이 너무 길다 

 2안. 귤이 끊임없이 주장하던 것을 소녀로부터 확인받고. 방화. 좋다. 소녀는 도울의 집에 거주. 썸의 작업. 귤의 장례식장에서 통조림을 마시는 누구들. 소녀의 증언. 의사가 통조림을 마셨다고. #이는 이전에 통조림에 관련한 사회 현상으로 생각해놓았던 것들 중 하나다. 의사 전용 통조림! 도울은 환멸을 느낌. 장례식장과 그 옆 병원의 창고 문을 연다. 썸의 제조법 등도 함께 태운다. 도울의 소설이 필요했던 썸. 소설가를 지망했던 귤. 귤의 아버지 또한 통조림을 처방받고 있지 않았던가. 귤도 통조림을 처방받았지만 거부했고. 갈수록 정신이 불안해지던 귤. 그리고. 소녀의 증언에 의한. 도울의 방화.

 완벽. 전의 이야기는 뭔가 조각조각을 이어붙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의 이야기라면 하나의 압축되고 차별화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한 갈래의 이야기.